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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23 01:21
음악치료의 이해- 과제- 음악치료 기사- 9
 글쓴이 : music
조회 : 1,502  
의학신문 특별기고
[기고]음악치료

<9>- <음악 통한 직무 스트레스 해소>

- 이진형 (미국공인음악치료사 , 이화여대 음악치료전공 강사)

- EAP, 환자와 의료진 관계개선·신뢰도 향상에 기여

- 성공적 이완기법 활용위해 적절한 음악 선곡이 중요



필자가 클리브랜드 대학병원에서 음악치료사로 일하던 시절 미로같이 연결되어 있던 병원의 건물들을 쉽게 드나들기 위해 자주 사용하던 뒷문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Ireland 암센터의 여성암 전문의였던 H의사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뒤돌아서서 담배를 피곤했는데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필자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면서 그렇게 자주 담배를 피울 수 있는지, 또한 담배를 대체할 만한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클리브랜드 대학병원에서는 매주 삼천여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Ireland 암센터를 방문하여 생존을 위한 암과의 사투를 벌이지만 이중 1~3명의 환자들은 이 싸움에 패하고 세상을 떠난다. 이렇게 분주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는 환자의 긴급하거나 돌발적인 상황에 최소한의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긴장상태에서 환자의 진료와 연구에 매달리는 의료진들은 그 누구보다 지친 상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2007년 한국의 교육부가 실시한 직업조사에서 의사들의 직업만족도가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을 보면 이러한 문제는 한국에서도 심각함을 알려준다. 최근 제약회사로 전직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는 기사나 의사의 자살소식 등은 한국의 실정이 오히려 더 극한 수준임을 가늠케 하기도 한다.



환자들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들이 이렇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것은 극히 염려되는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스트레스는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며 실수와 판단력 저하의 원인이 되고 대인관계의 문제들을 야기시키며 심신의 피로를 누적시키기 때문에 의료진의 효율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대책은 더 이상 의료진 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병원들은 의료진들을 위한 지원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이를 두고 EAP라 하는데 EAP는 직원들의 업무적인 고충에서부터 개인적인 어려움들에 이르기까지 전문인을 통한 상담을 제공하고 여가활용 및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들을 제공하며 의료진이 직면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결국 의료진의 ‘웰빙’이 환자의 건강증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를 위한 서비스 증대, 업무능력의 향상 및 의료사고 예방의 목적을 두고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았던 클리브랜드 대학병원에서 음악치료팀이 지원했던 EAP 프로그램으로는 클리브랜드 대학병원 합창단, 의료진들을 위한 음악치료 연수교육 및 병동 실내악 등이 있었다. 합창단의 경우 의사에서부터 조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원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습을 하고 병원의 크고 작은 행사, 환자들을 위한 즉석 콘서트 및 환자들의 장례식이나 추도식에서 노래를 불렀다.



여러 의료진들이 목소리를 합하여 만들어 내는 음악은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으며 환자와 의료진과의 관계개선 및 신뢰도 향상에도 기여하고 참여하는 의료진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음악치료 연수교육은 의사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음악치료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환자에게 음악치료가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해를 돕는 시간이었다. 워낙 다양한 환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및 종교적 문제들이 치료과정에 있어 방해요소가 되는 때가 있는데 이때 음악치료가 어떠한 중재를 통해 의료진의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도울 수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음악이 어떻게 의료진의 직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병동실내악 프로그램을 위하여 클리브랜드 음악전문학교와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의 여러 유능한 연주자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는데 음악치료팀은 이들의 도움으로 각 병동 로비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잘 들을 수 있는 곳에 듀엣 및 트리오 팀을 배치하였고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의 이완을 도울 수 있는 편안함 음악 위주로 선곡을 하여 연주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연주는 병동의 경직되고 차가운 분위기를 완화시켜 주고 듣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며 스트레스를 자아내는 상황들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음을 다수의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클리브랜드의 MetroHealth 의료센터는 EAP 프로그램으로 드럼써클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간은 참석을 희망하는 의료진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드럼과 리듬악기를 하나씩 들고 동그랗게 앉아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프로그램이다. 함께 만드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연주는 참여자 모두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새로운 음악 속에서 에너지를 분출하고 순간적으로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를 잊으며 함께 화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드럼써클은 TOYOTA와 같은 대기업에서도 직원연수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등 유용한 EAP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 병원의 직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많은 음악치료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EAP 프로그램으로 스트레스 해소 및 이완기법에 대한 워크숍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의료진들이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도 하며 환자들에게 권할 수도 있는 심신의 긴장이완 기법들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기법은 크게 신체중심, 호흡중심, 심상중심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완을 돕는 음악에 맞추어 개인별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성공적인 이완기법의 활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음악의 선곡인데, 이완의 효과를 위해서는 규칙적이며 정상 심장박동수보다 다소 느리고 화음이나 음색의 변화가 지나치지 않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음악이어야 한다. 이러한 음악을 너무 크지 않게 적절한 크기로 틀어놓고 여러 이완 기법들을 연습해 볼 수 있는데, 신체중심 기법은 몸의 각 부위를 돌아가며 근육을 긴장시키고 2~3초 후에 이완시키는 과정이나 반대로 스트레칭을 하고 이완시키는 방법으로 점차적으로 신체의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가는 기법이다.



호흡기법은 약 4~5초간 깊은 숨을 들이쉬고 7~8초간 내쉬는 반복 호흡운동을 통해 안정과 편안함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심상기법은 여러 가지 주제를 이미지화 하여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들으며 심상을 갖는 경험을 이야기 한다. 심상은 현실적인 소재나 신체적인 소재 모두 활용 가능한데 현실적인 소재란 편안하고 아름다운 장소, 예를 들면 아름다운 해변가나 평화로운 동산 또는 아늑한 집의 안락의자 등을 이미지화하여 그곳에서의 휴식을 심상화 하는 것을 말하고 신체적인 소재는 몸의 부위마다 점점 따뜻해지는 느낌이나 시원해지는 느낌을 심상속에 가져보는 경험을 뜻한다.



몸과 마음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는 각종 질병과 사고 및 능률저하를 유발하며 특히 의료기관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한국에서도 EAP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입하기 시작하였기에 앞으로 지속적인 증대가 이루어지고 음악치료와 같이 스트레스 해소에 적절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